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이념·역사 논쟁이 한창이다. 국방부가 불을 지폈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의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28일 그의 공산주의 이력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일보는 29일 '홍 장군을 대한민국 이념에 반하는 공산주의자'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역사학자들의 해석을 들어봤습니다.
①자유시 참변 연루: "침소봉대… 사후 진상 규명 탄원서까지 제출"
국방부는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 중심 독립군 통합을 지지했고 △자유시 참변 재판위원으로 참가했으며 △이후 소련 적군 대대장으로 임명된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1921년 6월 발생한 자유시 참변(독립군이 무장해제 요구에 불응해 소련군과 벌인 교전)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의 평가는 달랐다. 평생 홍 장군 생애를 연구해 온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외형적으로 그럴듯하지만, 홍 장군은 러시아 적군의 독립군 진압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부대를 다 빼냈다"며 "홍 장군을 '가해자'라고 보는 건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참변 6개월 후 전모를 파악한 홍 장군은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탄원서를 소련 정부, 러시아 공산당, 국제공산연맹 측에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반 교수에 따르면, 탄원서 제출 시점은 1921년 12월이며 홍 장군 외에 최진동, 이청천, 이병채, 허근 등 대대장급 29명이 참여했다.
참변 당시 홍 장군이 자유시에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홍범도 평전을 쓴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는 "당시 홍 장군은 다른 일로 자유시에 없었고, 나중에야 비참한 일이 발생한 걸 알았다"며 "나중에 재판에 참여한 것도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뒷수습을 하고 자기 책임이라며 소처럼 울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답니다.
②레닌에게 자유시 참변 보고: "자랑 아닌 비참한 상황 보고… 사실 왜곡"
국방부는 "홍 장군이 1922년 레닌으로부터 권총, 상금, 친필 서명된 '조선군대장' 증명서를 접수했고, 그가 1930년대 작성한 이력서에는 '자유시 사태 보고를 위해 한인 빨치산 대표 자격으로 레닌을 만나러 모스크바에 갔다'고 돼 있다"며 레닌 공산당과의 연루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은 "1922년 당시엔 레닌 러시아 혁명정부가 세계 약소 민족들에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할 때"라며 "표창은 빨치산으로서 공산당원 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 아니라, 조선이 일본과 싸웠던 활동을 격려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반 교수는 "자신의 공을 자랑하러 간 게 아니라 비극적 상황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보고하러 간 것"이라며 "국방부는 단편적 사실을 동원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③봉오동·청산리 전투 빨치산으로 참가: "러시아 주둔 독립군 사령관 명시" 국방부는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이후 행적을 근거로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갔다"며 "특히 홍 장군이 1919~1922년 빨치산으로 활동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봉오동·청산리 전투에도 빨치산으로 참가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공산주의 이력을 부각했답니다.
하지만 역사학계는 당시 '빨치산'은 공산당원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장 위원은 "빨치산은 러시아어 파르티잔(partizan·유격대)에서 나온 말로, 당시엔 항일부대(의병)라는 뜻으로 쓰였다"며 공산당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장군이 북간도 지방으로 들어오면서 발표한 '유고문'이라는 선언문을 보면 직책에 '노령 주둔 대한독립군 대장'이라고 썼다"면서 "이는 러시아에 있는 독립군 사령관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빨치산 활동으로 해석하는 건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④공산주의자 육사에서 기리는 건 부적절: "색깔론 갇혀선 안 돼"
국방부는 "김일성이 소련공산당 사주를 받고 6·25전쟁을 자행한 사실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장군이 공산당원이 된 배경은 이념적 판단보다는 생계를 위한 것이므로 공산주의자로 내모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교수는 "홍 장군은 일자무식의 포수 출신으로, 이념을 가질 사람이 못 된다"며 "노후에 생존을 위해 뭔지도 모르고 농사짓고, 연금 받으려고 가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답니다.
'홍 장군이 공산당원이라는 이유로 육사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냐'는 질문에도 대다수 역사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는 "사회주의 계열이 독립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색깔론에 기반한 접근법은 옳지 않다"면서 "북한뿐만 아니라 외침에 저항했던 역사를 육사 생도에게 가르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 교수는 "국방부의 논리라면 왕정을 추구했던 의병세력, 아나키스트였던 이회영, 김좌진 모두 제외하는 게 맞다"며 "굳이 독립운동을 빈약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답게 다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尹 “이념 중요” 발언에…홍범도 장군묘역 뛰어간 이재명 - 2023. 8. 2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2일 간 진행된 민주당 워크숍을 마친 후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 위치한 ‘홍범도 장군 묘역’으로 향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강조하자 맞불을 놓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민주당 공보국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공지를 통해 예정에 없던 이 대표의 참배 일정을 추가 소식을 알렸답니다.
당 대표의 일정이 추가되는 것 통상적인 일이지만, 윤 대통령의 ‘이념’ 강조 발언이 있고 난 바로 다음 날 정해진 행보이기에 이념 맞대응 차원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당 차원에서 철저하게 따져 묻고 쟁점화할 것임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능과 실정을 감추기 위해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이념전쟁을 선동하기 위해서 독립전쟁 영웅을 부관참시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홍범도 장군은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이끌어낸 전쟁 영웅”이라며“박정희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해군의 홍범도함을 명명해서 홍범도 장군을 기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책략을 도모하기 위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제거하고 서훈에 대해서 조사한다고 하는 이 황당무계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결코 대한민국 역사와 우리 국민들이 용서하지 못할 매국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지금 즉시 철회하고 홍범도 장군에 대한, 또 독립운동과 다음에 독립 전쟁에 대한 훼손을 멈추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참배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홍범도 등 광복전쟁영웅 흉상철거는 국민 편가르기, 이념전쟁용 부관참시, 매국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답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 논란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다”며 강력 비판했다.
이회영 선생 넷째 아들의 장남이자 이종찬 광복회장과 4촌 사이인 이 전 의원은 지난 28일 밤 CBS라디오에 출연해 “홍범도 장군(1868~1943)은 광복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다”며 해방 이후 김일성의 북한 공산당, 6·25전쟁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 역사(마르크스 레닌 주의)에 나오는 인물인 레닌을 방문해서 약소국인 대한민국 독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항일무장 독립을 도와줄 수 있냐 이런 논의를 했던 상대방이다”며 “그분이 소련 제복을 입게 된 것도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 했던 것”임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국방부 청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서는 거리를 유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지금까지 홍범도 장군 문제와 관련해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한 적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어떤 특정 입장을 밝힌다면 논의에 대해서 영향력을 줄 수 있고 논의가 자연스럽게 가거나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입장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 내 모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범도 장군 스스로가 자기 경력을 쓸 때 1919년부터 1922년까지 공산당이라고 했다. 홍범도 이야기에 의하면 청산리 전투하기 전에 이미 공산당이라고 한다”고 밝혔답니다.
한 위원장은 “자유시 사건 때 일부는 그냥 배반만 했다고 이야기하고, 일부는 소련군을 끌어들였다고도 이야기한다. (홍범도 장군은) 재판위원을 했다. 소련쪽에 서서 독립군을 재판했다고 한다. 그런 분을 육사에 모신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때 홍범도 장군이 서훈을 받았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서는 “홍범도 장군이 서훈을 받게 된 것이 박정희 대통령 때가 아니다. 윤보선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의원은 “육사는 군대의 군관을 키우는 곳이다. 여기에 과연 흉상을 모셔야겠느냐, 여기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분이 입은 군복 자체가 소련군 군복”이라고 비판했다. 태 의원은 “홍범도 장군 공과 과를 말할 때 공이 되게 크고, 행적은 논란이 되는 행적이 있다. 일부러 육사에 둬야 하느냐, 육사는 앞으로 북한군과 싸워야 할 정체성 뚜렷하고 주적 개념이 뚜렷한 사람을 키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비역 장성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련공산당 가입 및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홍범도 흉상이 사관생도 양성의 상징적인 교육현장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며 “국방부의 조치는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 예비역 군인들의 의견”이라고 찬성했답니다.
이와 함께 이종찬 광복회장에 대해서도 “광복회장 이종찬은 취임시부터 1919년을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삼는 연호 변경을 주장하고, 1948년 정부수립을 부정하는 목소리를 높였다”며 “육사출신이자 대선배 원로로서 육사의 정신을 훼손하고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국방부장관이 아니라 본인이 먼저 정체를 밝히고 사퇴해야 한다”고 규탄했답니다.